2024.1.30.화요일
어제는 윤라이전망대 캠핑장에서 빠이 마을로 내려와 여독을 풀었던 날이다.
별다른 일정없이 있다가 마사지를 받고 저녁에 재즈하우스에 갔다.
재즈하우스는 내가 투헛츠카페와 더불어 빠이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장소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즈 연주를 듣는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빠이를 두고 ‘여행자들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멋있었다.
얽매이지 않고 히피스러운 사람들과 그들이 있는 장소일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느 관광지와 다를 것 없는 모습들에 흥이 식어버렸다.
버스정류장 옆에 줄지어 선 여행사, 오토바이 렌탈샵들…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장 신났던 한때는 캠핑장에서 마을로 내려오던 아침 산책길이었다.
날씨도 선선하고 걷는데 너무 신이 났었다.
캠핑을 하고 나서 인지라 숙소는 모든 것이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다시 희망을 안고 리뷰가 좋았던 마사지샵에 갔지만
호날두와 메시가 있다는 샵이었지만 나한테는 출장마사지사가 왔다.
어르신은 체력 안배를 위해 아주 살살 나를 다루어줬고
나는 구멍나지 않은 높은 베게에 엎드리기 위해 고개를 돌린 채 있느라
어깨에 새로 담을 얻어왔다.
좋다 좋다 하는 곳에서도 이런 일이 있으니 인생은 참 알 수 없고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가가 저렴한 것 외에는 성에 차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재즈하우스에 갔다.
야시장으로 탈바꿈한 거리는 흥미로웠고 그중에서 먹고 싶은 음식 두세가지를 사서 가게에 들어갔다.
흰머리를 휘날리는 아마도 사장님같은 분이 한시간 이상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셨다.
멋진 연주와 흥겨운 분위기가 넘쳐 흘렀지만
수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 앉아 있던 나는 어느덧 내가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일행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속에 있다보니
혼자있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리 신이 나지 않으니 숙소에서 혼자 편하게 쉬고 싶었다.
결국 한시간 있다가 재즈바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과자 한보따리 사서 숙소에서 2차를 즐겼다.
아직까지 여행을 하면서 뭔가를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어떤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뭔가 한없이 늘어져 쉬고 있으면 기분이 울적해지고 이러면 안된다싶다.
막상 나가서 뭘 하긴 하는데 군중 속에 있으면 의기소침해 지고
낯가리고 외국인이라 더 낯설어하고 대화도 못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고 체험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캠핑장가서 열악한 화장실 환경을 보면 힘들어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신체적으로도 말이다.
슬리핑기차 진동에 멀미를 느끼며 진땀흘리며 괴로워하고
쪼리를 신고 좀 걸었다고 발등에 쪼리 선을 따라 두드러기가 나서 가려워 미치려 하고
술이나 낯선 음식 먹으면 가려움 뿐만 아니라 속이 안 좋아 꾸륵꾸륵 배탈나고.
음식은 또 어떤가. 먹는 걸 좋아하지만 막상 다른 나라에 가서 로컬음식을 먹으면 크게 입맛에 맞다고 느끼지 못한다.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곳에 가도 큰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발리보다는 태국음식이 맞는 것 같다. 적어도 배탈은 안나고 있다.
이게 여행을 즐기는 게 맞는가? 어떤 점 때문에 그래도 여행이 좋다고 하는 걸까?
참 나도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여행] 태국 2주 여행 루트 및 가계부 공유 / 태국여행 경비, 예산 (0) | 2024.03.02 |
---|---|
[여행일지_태국]빠이 투헛츠카페에서 제대로 된 노을을 못 보다. (2) | 2024.02.19 |
[여행일지_태국]태국 슬리핑기차 후기 (1) | 2024.02.17 |
[여행일지_태국]잠을 자는 것은 작은 죽음이다. (0) | 2024.02.16 |
[여행일지_태국]태국여행 시작이다. (0) | 2024.02.15 |